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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 마음만큼

by Olivia Ha 2017. 5. 10.


지난 주 여고생 한 명이 선생님 저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하면서 매우 기쁜 목소리로 자랑을 했다. 일주일이 지났고 어쩌다 '잘 만나고 있니?'라고 물었고 '아니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까였어요. 저한테 정이 안간대요. 라며 당차게 말했지만 나는 괜찮니? 하고 물으며 아이를 살폈고 생각할수록 열받네, 하는 씩씩한 대사와 함께 지은 표정에 슬픔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수업에 임했다.
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구나, 4년을 짝사랑했던 나는 상상도 못했을 그런 짧은 만남들.
그렇게 생각하고 넘겨버렸는데, 오늘 중학생수업에서 뭔가 느낀 게 있었다.
어떤 날 유난히 방실거리는 여학생이 한 명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날은 그 학생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날이었다. 근데 그 한달의 연애가 끝이 났다. 남학생이 미국으로 떠난다는 이유로. 내일이 학교에서 그 친구를 종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몰랐을 때 나는, 이 어린 친구도 짧은 연애들을 하는가 싶어서, 헉 너네는 왜이렇게 짧게 연애를.. 괜찮니? 안울었어? 모르고 만났어? 하고 묻는 순간 그 아이의 얼굴에 스치는 슬픔이란. 알고 만났고,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 열심히 즐겁게 연애를 한 것이다.
그리고선 수업이 끝나고 친한 친구가 오고나서야 나지막히 내일 걔 마지막이야 하면서 온몸을 비꼬며 감당안되는 슬픔을 표현하는 걸 봤다.
웃으며 대답한 그 친구 마음은 얼마나 착잡했을까.
우리 다들, 그 때에 그 상황에서 자기 몸집보다 큰 아픔이나 슬픔을 느끼고, 그걸 그 입장에서 이해해줄 수 있다면.
그러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좀 더 살만하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