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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긴데다가 시시콜콜한 감정일기_ 읽을 사람만 읽기)

by Olivia Ha 2013. 8. 6.

긴데다가 시시콜콜한 감정일기_ 읽을 사람만 읽기) 

원하든 원치않든, 으레 내 나이정도가 되면 내가 쌓아온 게 무엇인지 지나쳐온 게 무엇인지 머물렀던 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마련이다.

내가 흘러온 지난 시간 동안 여러 집단이 있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돌아보니 그 수 많은 사람들 중 대다수는 지금 내 곁에 없었다. 
그리고 돌아보는 시간 속에서 난 여러 집단 속에서,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 걸 억지로 짜내거나 혹은 마음속에 정서적으로 저장된 것들을 굳이, 애써 말로 풀어내야 했다. 

당연히 해야하는 것처럼 주어진 그 일들이 싫었고 무엇보다 사람은 없고 쥐어짜낸 교훈만 남는다는 게 더 싫었다. 그러다 정말 우연히도 내 삶에 실체없이 한 줄로만 남은, 사라진 것 같았던 집단들 속에서 정확히 한 사람씩 연락이 닿았다. 놀랍고 반가웠다.

그리고 그 사람들 다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 기껏, 나의 의기소침하고 불안한데다가 방향성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대는 말들 속에서 그들이 무엇을 봤는지는 모르지만 공감없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부풀린 말들이 아닌 진심으로 공감하며 함께가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듬뿍 안겨주었다. 

표현하지 않았으니 아마 모를거다. 나한테 다시금 그 연결고리가 열린 것이 내게 그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었다는 걸. 아무것도 모르고 관계를 쌓을 줄도 모르고 넓히기에만 혹은 반대로 닫고 살기에만 급급했던 그 지난 시절 내 어린 모습을 기억해주는, 또 한 때는 날밤 새워가며 뭘 만들고 완성해나가며 울고 웃었던 사람들이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는 사실은 기쁘다 정말로.

십 년만에 만난 선배가 잘 컸다고 볼을 쓰담아줬다. 여전히 나는 밤잠을 못이루고 계속 무언가에 의미를 새겼다가 지웠다가 꿈을 꿨다가 덮었다가 하겠지만 좀 더 답을 찾느라 시간을 쓰더라도 그 길에서 많은 것을 얻고 잃고 하며 정말 멋진 어른이 되고 싶지 않느냐는 선배언니의 말에. 결핍이 없는 사람보다는 결핍이 있는 사람이 더 좋은 거고. 인생 중 절반은 깨지는 게 뭐 어떠냐고 말해주는 동아리 선배 오빠의 말에. 항상 웃는 에너지가 넘쳐서 보기만해도 기분 좋게 해주던 옛 선배가, 많이 보고 싶다고 말해주는 그 메시지 하나들까지도.
오늘 내게는 과하게 벅차고 감사하다.

그리고 응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볼링치러 갔을 때 내가 볼링 핀 한개도 못치고 거터행하고 뒤돌아 힘빠지며 올 때마다 두 사람이 볼링장이 떠나가라 박수며 환호성을 치며 날 더 창피하게 만들어줬는데 그 때 그 현란한 손짓과 춤사위가 왠지 엄청난 응원처럼 보였다. 이 느낌은 안겪어보면 모르는데 순간 그 너무 즐거워하던 두 사람의 모습이 느려지면서 그걸 바라보는 내 입가에 미소가 마치 다시 내게로 돌아올 수 있을 어떤 용기를 좀 더 키워주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이게뭐임? 암튼.

나는 원래 한강을 걷다가도 혼자서 내가 서 있는 공간에 대한 이상한 생각에 잘 빠져서 몽환적이지 않냐는 다른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질문을 퍼붇다가 자주 좌절되곤 하고 그래서 이 글도 또 거터행 열차같은거라도 탄 거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지만 어차피 이 글의 목적은 애초에 딱 하나. 그 모든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하고 싶어서였다. 별 말 안했는데도 마음을 써서 바쁜 주말에 잘 하고 있냐는 안부를 물어 준 내 단짝에게도 고맙다. 

이래서 내가 강아지 같다는 거다. 무슨 시상소감같지만. 이래야 잠이 올 것 같았다.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