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이태원에 놀러가 잠을 청하는데 취업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람 생각이 나서 울었다.
정말로 헤어지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은데
미련은 거의 바닥난듯 했으나 여전히 헤어진 이유가 상처로 남아있는 것 같다.
속 시원히 이야기해주지 않는 듯한 내 자의적인 해석으로 상상을 해버리게 되는 점이 그 사람 곁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던 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렇게 의심이 늘고 오해가 늘고.
질질 끌다가 헤어지는 순간까지 나는 철저하게 그 사람을 의심했다.
언젠가, 동국대 앞 벤치에서 이제 결혼도 생각해야겠지 돈 많은 사람 만나보겠다는 농담섞인 그 말 때문에,
그리고 내 처지 때문에
나는 내가 결국에는 버려진 게, 그 사람 말대로 나를 사랑하지만 우리 관계에 자신 없는 그 사람의 용기부족때문이라기보다
내가 번듯한 직장이나 높은 연봉 같은 게 없어서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나를 한도 끝도 없이 비참하게 만들었고
그게 너무 서러워서 그 날 가슴터지게 울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여울의 '그 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라는 책에서 작은 위로를 얻었다.
나의 꿈을 직업이 아닌 삶의 차원에서 생각하기 시작하자,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나는 서른 즈음이 되어서야 명함공포증에서 벗어났다.
직업이 아닌 삶 자체의 빛깔로 진로를 생각하기 시작하자, 이제 더 이상 '명함을 내놓으시오'라고 명령하는 듯한 상대방의 눈빛에 기죽지 않게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당신의 소속은 어디십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쫄지 말자고.
내 삶은 오직 내 소속이니까.
어디서 무얼하든, 졸업장으로 내 삶을 증명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명함으로 내 삶을 전시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무엇을 해야만 멋진 사람'이 아니라 '아무 것도 안 할 때 정말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건 직업이 아니라, 내 삶이 아름다워야만 이룰 수 있는 꿈이다.
p191
여전히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너무나 아프다.
목이 바싹 마르고 눈물부터 난다.
이렇게 상처로 점철된 사랑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이제 나 자신을 주어로 놓고 다른 것에 지나친 희생을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