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 레코드 곰사장님 인터뷰 : 음악계가 나아갈 길
POSTED AT 2012/03/30 16:34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얼마 전 민주당 청년비례대표라는 흑역사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고, 큰 도움의 기회가 됐습니다. 그 중 한 분이 캡콜드님께서 소개해주신 붕가붕가 레코드의 곰사장님이었습니다. 메일로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내용이 너무 좋아 공유합니다.
리 : 사실 붕가붕가는 너무 잘났다. 음악을 새끈하게 뽑아내는데다가, 서울대 출신이기까지 하다. 인디 레이블 중에서는 최고급이라 볼 수 있을텐데, 현재의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아니라면 일반적인 인디 레이블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곰 : 맞는 말씀이다. 장기하와 얼굴들로 수익을 획득하고 그를 기반으로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을 지속하는 현재의 모델은 장얼 같은 스타가 없는 다른 인디레이블에서 따라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본다. 더불어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생업은 따로 갖고 음악을 계속 하며 좋은 음악을 만든다는 애초의 취지 역시 직업 선택의 옵션이 있는 서울대 출신으로서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회사에서 50000장 파는 팀과 1000장 파는 팀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인디적 고민'을 하고 있다. 그 고민의 방향은 음악 외적인 콘텐츠의 생성을 통해 레이블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리 : 최근 들어 인디 음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궁극적으로 왜 인디 음악을 지원해야 하는가?’의 문제제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클래식에는 돈을 쏟는다. 놔두면 망하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은 연 10억 이상의 비용을 들여 정명훈을 스카우트했을 정도다. 인디 음악이 클래식처럼 지원받아야 할 근거로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곰 : 다양성 때문이다. 인디 음악으로 분류되는 음악 중 다수도 놔두면 망한다. 물론 붕가붕가레코드 같은 음악이 거기에 포함되는가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늘 대중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대중음악의 폭이 너무 좁기 때문에 인디 음악으로 여겨지는 점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어쨌든 우리 같은 '다른 대중 음악'이 안 팔리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 역시 놔두면 망한다.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음악의 폭이 넓어지기 전까지는 인디 음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다양한 음악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리 : 지원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최근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 음악활동을 주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보험혜택을 주거나, 최저임금을 보장해달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아르바이트나 직업을 가지고, 남는 시간에 음악하는 이들이 넘쳐난다는 반론도 있다. 주업을 음악으로 하는 인디 음악가와 레이블에 어느 정도의 지원을 하는 게 올바르다고 보는가?
곰 : 해외에서는 음악만 하고 사는 이들도 넘쳐난다. 사회 보험 및 최저임금은 음악 창작도 노동이라면 당연히 보장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레이블-아티스트의 관계라면 대부분 1년 이상의 계약이 이뤄지는데, 그것을 기반으로 4대 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실업수당도 필요하다. 대신 계약 관계도 투명화되어야 한다.
리 : 음악을 부업으로 하려고 해도 많은 문제가 따른다. 음악을 즐길 공간이 없고, 스튜디오를 빌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디 활동을 하는 음악가들끼리 모여 작은 공간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일도 종종 있다. 이처럼 음악가들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스튜디오, 연습실 등을 누릴 수 있는 공간 확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곰 : 아주 좋다. 다만 그 운영은 음악가들 스스로에게 맡겨야 한다. 더불어 단순히 하드웨어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지역 사회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공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시끄럽다는 민원 들어오면 기껏 만들어놓은 공간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아니면 이 꼴 나기 십상
리 : 대부분의 음원은 대형 음원 사이트를 통해서 소비된다. 이진원 씨의 죽음으로 유통사가 엄청나게 가져가는 구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인디 음악가가 대형 음원 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거의 제로일 것이다. 음원 사이트가 인디 레이블에 대해서만큼은 수익금 비율을 달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인디 음악가들에게 음원 사이트들이 홍보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곰 : 아마 올해 상반기 중에 음원 가격이 자율화될 것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후발 음원 유통사를 중심으로 아티스트를 우대하는 정책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유통사가 '엄청나게' 가져가고 있냐하는 문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가격 수준으로는 그 몫을 아티스트 쪽으로 떼어와도 곡당 10원이 왔다갔다 할 따름이다. 문제는 가격이다. 패키지 다운로드를 금지하고 도서 가격처럼 음원 가격 정찰제를 실시하여 무분별한 할인 정책을 막아야 한다. 보편적으로 해볼만한 시장 질서를 만든 후에 분배율을 얘기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음원 사이트는, 어쨌건 CD 매장을 대체하고 있다. 도움이 되건 말건 진입해야 하는 시장이다. 더불어 현재 음원 사이트들은 인디 음악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비해 보다 호의적으로 인디 음악을 노출시켜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리 : 인디 음악 유통의 통로가 없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브로콜리가 그토록 높은 평가를 받고도,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일 정도다. 이에 대해 비판받는 게 방송종속적인 한국의 음악 환경이다. 아이돌만 뛰어 놀고 음악의 다양성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방송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좋다고 보는가? 예를 들어 ‘탑밴드’ 같은 프로그램을 내놓는다거나, 카우치가 벗어서 금새 없어졌지만, 음악프로그램에 인디 밴드를 한 팀이라도 출연시키는 ‘인디 쿼터제’를 시행한다거나.
곰 : 쿼터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성 보존의 차원을 넘어서 솔직히 미디어에서 나오는 음악이 천편일률이라 너무 구린 음악들도 많이 나온다. 다만 '인디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문제겠지. "싱어송 라이터"라는 개념을 쓰면 아이돌 음악에 대한 대척으로서 현재 방송에 나오지 못하는 음악을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싱어송 라이터 쿼터제. 그리고 한 팀은 너무 약하고 1/4 정도는 가야할 듯.
천편일률적 음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방송사의 의식과 도움이 필요하다
리 : 요즘 맞벌이가 너무 많고, 사교육비가 비싸다보니 방과후학교에 애들이 몰려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루어진다는 음악 교육이 상당히 교과서적이다. 전업으로 인디 활동을 하는 음악가들이 이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현실화된다면 아이들의 음악교육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곰 : 교육은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이들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일단 교육자로서의 교육 과정을 거친 후에 인디 음악가들이 교육 현장에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그게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글쎄.
리 : 교과서에 서태지, 조용필의 곡이 들어있다. 하지만 이 정도지, 수많은 대중음악가들은 전혀 들어있지 않고 가곡, 클래식 위주다. 음악 정규교과과정에 대중가요를 어느 정도로 반영하고,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긍정적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가?
곰 : 25% 정도는 대중음악이어야 되지 않을까? 다만 대중가요가 아니라 20세기 이후의 모든 흐름을 포괄하는 대중 음악이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감상자로서의 태도인 것 같다. 대부분 음악 교육이 실기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물론 연주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앞으로 할 음악적 활동은 주로 청취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청취를 해야할 지에 대한 미학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듣기에 대한 훈련은 영어만 필요한 게 아니다
리 : 해외에서는 여전히 대형 기획사가 능력 있는 음악가들로부터 수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먼 옛날 SM에서 티렉스를 데리고 가 신나게 망한 이후, 대형 기획사가 인디 문화로부터 수혈하는 케이스를 보기 힘들다. 현재 대형 기획사와 인디 문화간의 협업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가?
곰 : 안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대형 기획사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인데, 현재 인디 레이블과 대형 기획사 사이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고, 그런 업체들의 경우에는 인디 문화와의 연계를 계속 갖고 있다. 주류 음악의 입장에서는 다양성을 보다 강화하는 면이 될 것이고, 주류 음악의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인디 활동을 통해 검증된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어 좋겠지만, 인디 레이블 입장에서는? 계약금 등의 돈으로 실탄 싸움 하면 당할 수 있을 리 없다. 인디 레이블 업자 입장에서는 그냥 따로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리 : 서태지가 자신의 노래를 편곡해 부른 UCC를 인터넷에 올린 인디 밴드를 저작권을 문제삼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해외에서는 믹싱 음반이 지겹도록 나오는데, 한국은 원저작자의 저작권만을 존중할 뿐, 2차 저작자에 대한 존중은 부족하다. 인디 음악 생태계와 음악 문화를 위해 저작권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곰 : 저작권협회를 갈아엎어야 한다. 원저작자의 저작권이 존중받는다는 견해에도 동의하지 못하겠다. 내 회사의 음악을 홍보하는 글이 저작권협회의 문제 제기로 삭제됐던 경험도 있다. 저작권 신탁을 복수 단체가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저작물에 대한 사용 옵션을 다양화하여-CC 라이센스 처럼-그걸 저작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낡고 잘못된 저작권 개념을 갈아엎자
리 : 여성가족부 및 방송사들의 심의와 규제가 또 판을 치고 있다. 노래 가사에 술, 담배만 들어가도 19금으로 처리된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곰 : 이건 이미 소송에서 끝난 문제가 아닌가? 그리고 술/담배를 문제 삼은 건 방송사가 아니라 여성가족부였고 이미 책임자가 경질된 것으로 알고 있다.
리 : 일본은 유명 아이돌 외에도 비교적 싼마이틱한 아이돌들이 공연을 열심히 뛰며 나름의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AKB48같은 초대박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도 인터넷을 통해 상당부분 취향의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B급 아이돌 문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은가? 이를 위해서 문화거리 조성 등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곰 : 한국에서 아이돌 문화의 성립 자체가 굉장한 완성도를 기반으로 했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B급 아이돌은 힘들지 않을까? 사용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 후져도 대충 봐주는 건 아이돌 문화의 원산지인 일본의 깊은 품 안에서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근데 시니컬한 10대의 정서를 담은 달콤한 댄스 음악 정도는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아이돌 짝퉁이 통하기에는 너무 시장이 성장했다
아... 그리고 도움 주신 곰사장님께 사례의 의미로 간단한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알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 대부분은 모를 붕가붕가 레코드의 명저,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10권 뿌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와 교류 한 번 없던 분들은 사절하고 블로그나 트위터 댓글로 몇 번 왔다갔다 한 분들은 아래 비밀댓글에 이름, 연락처, 주소 주시면 금요일 중 일괄배송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첨 기준과 마감은 제 맘대로... 여하튼 좋은 의견과 성장의 기회 주신 곰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