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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by Olivia Ha 2013. 10. 22.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습니다. 아, 다리 위에서는 다리의 사진을 온전히 찍을 수가 없구나. 그날 카를 다리를 찍은 꽤 많은 사진들 중 제 마음에 든 것은 결국 그 다리를 벗어나 한참 더 빝으로 내려간 후 강변에서 다리를 돌아보며 찍은 샷이었습니다.

현재 내가 겪고 있는 경험이 정확히 어떤 경험인지 잘 몰라서 답답해 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 이 일은, 지금 이 시기는, 지금 이 사람은, 지금 이 사랑은, 내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 말입니다. 그럴 때 제가 늘 떠올리는 것은 시인과 촌장의 노래 <숲>입니다. 그 노래는 아주 간단한 세 줄의 가사만을 갖고 있지요.


"숲에서 나오니 숲이 보이네. 푸르고 푸르던 숲. 내 젊은 날의 숲."


당신이 지금 답답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지금 숲을 지나거나 다리를 건너고 있으니까요.


<이동진, 밤은 책이다 p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