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마음먹고 정말 집중해서 실컷하고나면 요리하는 과정이 얼마나 신성하고, 또 아름다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몇 주전, 엄마가 해준 부추샐러드가 맛있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그거 쉬워? (나의 단골 질문) 아무리 맛있더라도 쉬워야 해먹을 수 있다(ㅠㅠ)
생부추에 양념만 해먹으면 된다는 엄마의 말에 난생 처음으로 부추를 사 본다.
며칠 전 여유만만에서 신동진 한의사가 소개해준 해독에 좋은 요리들을 해보려고 이런 저런 재료들은 산다. 재료마다 성질이 다르다 한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면 즐겁고 누군가와 있으면 시간이 무료해질 때도 있는 것처럼, 요리의 재료도 그러하단다. 완전 단백질과 불완전 단백질을 함께 섭취할 때서야 비로소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는 거라기에, 들깨와 계란을 함께 요리한다. 거기에 소금물에 데친 브로콜리까지.
연근+다시마조림은 우리나라의 오징어채 반찬처럼 아주아주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반찬이라고 한다. 연근이 부족한 것을 다시마가 보충해주는 최적의 궁합을 가진 반찬.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연근'튀김'을 한다. 제일 맛있다 !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처럼, 요리에도 조화가 필요하다.
짜고 시고 매운 너무나 흔한 재료일 뿐인데 간장,식초, 고춧가루 그 셋만 뭉쳐도 아주 맛있는 양념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놀란다.
잔인하게 썰고 깎고 살아있는 것을 끓여버리는 과정이지만,
폭폭한 마음이 풀어지고, 방해받지 않고 생각에 잠길 수도 있는 힐링의 시간이다.
다행스럽다.
요리를 잘하지 못하면서도, 요리를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만약, 요리에 재능이 있는 사람만 요리를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너무 억울할 것만 같다.
요리사가 있기도 하지만,
요리만큼은 그걸로 수익을 얻지 못해도 누구나, 언제나 생활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순간과 신성한 순간이니까. 아마 이런 생각은, 수익을 창출해야하고 성과를 내야하고, 잘나야하고, 어필되야하고 그런 삭막한 고민들 속에서 나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서 하게 된 것같다. 잘하지 못해도 의미있으니까.
이렇게 작정하고 부엌에 몇 시간 째 있는 건 한 달에 몇 번 없는 시간이지만, 나만의 식탁을 위해 장을 보고 도마소리를 내고 지글거리는 이 모든 것들이 즐겁다.
산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