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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엄마

by Olivia Ha 2014. 1. 27.


아주아주 어렸을 때 생일 때마다 엄마는 편지를 써주었다.

엄마가 큰 딸을 참 자랑스럽고 믿고 있다고.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내게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러나, 자라면서 엄마는 내게 같이 인생을 살아가는 친구이자, 혹은 더 자주는, 그냥 한 여자였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더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며 엄마의 인생에 개입하려 하지 않고 또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요하지도 않으려 노력해왔던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가 엄마는 엄마여야한다는 그런 아이에 대한 역할론을 강조하며 떠들어 댈 때, 달갑지 않았고 쉽게 동의되지도 않았다.

나에게 없었던 건 엄마라는 이유로 자식에게 많은 걸 강요하고 강요받는 그런 끈적임과 , 딸이라는 이유로 엄마가 오롯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언제든 함부로 침범하는 무례함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아주아주 늙더라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자식만을 위해 온 삶을 바치다 생을 마감하거나 그것에 만족한다며 아픈 희생만을 보여주는 류의 엄마라는 존재의 모습은 상상이 안간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엄마와는 조금 다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린시절 만화책보다는 엄마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들춰보면서 지금 나를 채우는 정서의 반은 형성된 것 같고

또 어쩔 수 없이 반은 것들도 있기에, 가끔 엄마라는 개인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풍미가 나에게서 발견되는 경험을 한다.

내가 어떤 면에서 엄마에게서 느낀 차디참을 나도 또 누군가에게 본의아니게 선사(?)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그래서 딸과 엄마는 언제나 어떻게든 연결되어있다고 그렇게 말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