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성적 욕망과 공격성, 사랑과 분노를 갖고 있습니다. 아기의 공격성은 엄마의 보살핌에 의해 완화되지만 엄마가 미처 흡수해주지 못한 공격성은 외부로 투사됩니다. 공격성을 외부로 쏟아낼 때 아기는 상대의 반격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게 됩니다.
그 불안감이 충분히 보살펴지지 않은 채 마음속에 남게 되면 치명적인 '박해 불안' 으로 고착됩니다.
상대가 조금만 친절하지 않아도 자신을 미워하는 것처럼 느끼고, 거리에서 부딪치는 타인의 시선도 비난처럼 받아들이고, 누군가가 웃기만 해도 자신을 비웃는다고 생각하며 상처를 입습니다. '지나치게 상처 입는' 사람의 내면에 있는 것은 유아기의 불안감입니다.
이렇게 해보시길 바랍니다. 저 사람이 내게 상처를 준다.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한다고 느껴질 때마다 그것이 사실인지 점검해보는 겁니다. 그 사람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안부를 물어보세요.그때마다 상대방이 님에 대해 사랑이나 미움의 감정을 갖기는 커녕, 님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 님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님이 항상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듯이, 타인들도 저마다 자신만을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반사적으로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습관이 있습니다. 저 사람이 내게 상처를 주었다.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한다, 저 사람이 나를 속였다 등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관계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행위입니다. 문제의 원인 뿐 아니라 해결책 역시 상대의 손아귀에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무력한 사람의 자리로 물러나게 됩니다.끊임없이 타인에게 휘둘리면서 남의 탓만 하게 됩니다.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 뿐 아니라 모든 좋은 것도 저마다의 내부에 있습니다. 봄 님이 기대하는 것과 같은 인정, 지지, 사랑, 행복, 즐거움 등을 스스로 항유하고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역량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습니다. 이제는 그것들을 외부에서 받으려고 기대할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베풀어야 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잘 이해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그것을 적절하게 충족시켜주어야 합니다.
천 개의 공감, 김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