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힘들때만 일기를 썼던 것 같다. 오늘은 기분이 좋을 때 써보기.
오늘 오빠가 자전거 여행가기에 앞서 데이트를 했다.
아침에 중국어 스터디를 끝나고 부리나케 홍대로 달려갔다.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기대감으로 지하철 문이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했다.
그 지하철이 열리기 전 그 느낌을 절대 잊지말자.
사랑하는 내사람.
조마조마 늘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될 때는 막막하고 의구심도 들고 그렇지만
사실, 정말 내가 마음고생하고 힘들었던 일 때문에 안좋은 게 더 많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오빠의 마음의 깊이를 좀 더 알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가끔은 이 문제에 대해 정말 끝도 없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언젠가 괜찮아 질 수도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함께 한다.
그런 문제 없이 그냥 현재의 감정과 앞으로의 우리의 발전적인 관계에 대해서만 고민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오늘, 마음이 좋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이도 괴롭혔으니까. 그래도 기어이 나는 그런 애가 내 인생에 있었다는 사실조차 너무나 징그럽고 싫다. 같은 공간에 있기 조차 싫으며 그냥 저렴한 아이일 뿐이다. 등의 극한 폄하를 들어야 마음이 나아질 것 같았다. 이것만큼 정말 초라하고 참 뭐한 것이 있겠나..
그러나 나는 이미 그에겐 자존심도,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도, 겉으론 웃으며 속은 앓는 등의 행동은 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마치 내가 아픈 만큼 너도 아파봐라는 것처럼 그를 쿡쿡 쑤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 이전의 연애를 존중하라.그건 그와 그사람의 일이지 현재의 나와는 상관이 없다. 라는 등의 말은 책에서 많이 봤으나. 그냥 '남'이 들려주는 이야기 일 뿐이다. 내겐 적용이 되지 않는 문제다. 많이 되뇌어봤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동경하던 연애의 상대에 나를 콕 지목해주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우면서도 고맙고.
그렇게 될까 불안하면서도 그렇게 해주고 싶다라는 책임감이 동시에 든다.
어느날 정말 헤어질 일이 있을 수 라도 있다면, 그건 아마 그에 대한 미안함과 망가지는 나를 보기가 더 이상은 힘든 탓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미 좋은 여자친구가 아닌듯하며 지나치게 지난일들로 인해 상처받은 탓에 '절대 하면 안된다'라고 하는 보상심리 피해심리 등등의 찌질한 감정들이 다 복합적으로 얽매여 있는 듯 하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있으며, 그러나 동시에 지극한 관심을 원하기에 집착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며, 그럼에도 니가 질리거나 싫거나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아니 있다고 했던 한 번은, 아침에 데이트도 거부하고 트레이너랑 헬스를 가려고 한 날) 그 사람의 진실된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모든 망나니 같은 짓을 다 때려치고 싶은 심정이다. 대체 뭣하러 이렇게 내 사랑을 깎아먹고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의 구멍이 보상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나는 오늘 또 급기야 눈물콧물 질질짜며 또 그의 마음에 무거운 짐 하나를 안겨줬다.
떠나는 마음 괜시리 가벼웁지 만은 않을거라, 그래서 밝게 웃으며 보내주려 했는데 또 나는 이렇게 내가 봐도 못된 여자친구가 되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도 그 순간, 견디기가 힘들없음에는.. 이해해 주겠지.
모든 걸 정리하고 세수를 하면서는 눈물이 난다.
거울 앞에 서니 못난 내 모습에 질리고 창피하고 미안하고 ..
"이별을 고하기도 했던건
그가 싫어서, 그와는 아니니까 사실은 이런 맘보다도 나를 재정비하고 싶다..이런 마음에서 였어.
맞아 그런거야. 사실 니가 싫어서 떨어져있고 싶다는 한 번도 없었어
오히려 너무 붙어 있고 싶어서 왠지 떨어져야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도.
우린 늘 함께 할 순 없을테니까. 그러지 못할바에는 더 깊이가는 게 무서운거지. 그러나 그 편으로도 난 용기를 낼 수 없었지.아니 사실은 내기는 싫지. 그냥 함께하고 싶어. 계속 오빠의 향기를 맡고 싶거든. 계속 그 어깨에 얼굴을 포개고 싶고 입술을 맞대면 살며시 느껴지는 그 폭신한 살의 촉감도 빼앗기긴 싫지."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맛있는 스패뉴와 구디단까지 데려다주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오빠가 좋아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맛집들을 오빠도 사랑하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것도 내가 좋아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
술은 좀 그러하니.. 야구에 흥미를 붙일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보고싶네염. 수목금을 어떻게 기다릴까용 홍홍
아. 그리고 가장 큰거 하나.
정색하면서 조목조목 따지는 걸 그는 정말 싫어하는 것 같다.
같은 이야기라도 조금 애둘러서 말하면서 부드럽게 해야겠다. 아껴줘야지.
p.s : 무도 조정편을 보면서 그런 런던에가서 보트 경기를 보거나 하는 등의 여유.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이상한 짜릿함을 느꼈다.
오늘 읽다만 '여행의 목적' 책 강추 빨리 다시 읽어봐야지.
나도 일을 하고, 외국에 출장을 다니며 외쿡의 좋은 호텔 침대에서 노트북하는 사진도 찍고 프로페셔널하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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