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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문태준, 바닥)

by Olivia Ha 2014. 5. 6.
      바닥 

      문태준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