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하고도 이틀,
느즈막히 일어나 남이 끓여준 떡국을 먹고, 반납때문에 다 읽어야만 하는 대출받은 도서를 쫓기듯 읽고 집을 나왔다.
다른 동네, 더 정확히는 다른 도시에 있는 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빌려야할까 이번에 반납하면 더 빌려오지 말아야하나, 하지만 생긴지 얼마안된 그 곳의 책은 아주 상태가 좋잖아 하는 생각이 머릿 속에 피어오르고 그에 대한 답을 얻기도 전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가까운데? 더 빌려와도 되겠어. 라는 결론에 도달한 건, 18시면 시작하는 교보문고 앱의 이벤트에 참가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있었기 때문이다. 18시까지 시간을 떼우다가 교환권을 받고 교보문고에 가면 책을 천원 더 싸게 살 수 있으니까.
지금은 집이다. 도서관에서 가족에 대한 잡지를 읽고,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사고,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사서 돌아왔다.
남이 끓여준 오징어찌개로 배를 채우고 '파도앞에서 생각이 잠긴 당신에게' 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있다.
이게 행복같다.
이걸 들으며 2m 원목 탁자에서 책을 읽는 순간이 행복하니 너도 이렇게 해봐 하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러다, 이걸 다른 사람들은 행복이라고 안 볼 수도 있지 않나?
행복을 남들에게 과시처럼 들리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같이 나누고 싶은 좋은 것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올해, 어떤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사람들과 나누고 싶을까, 나누게 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고 있는 책은 피프티피플이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 사람은 미색 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