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장 내 인생, 가장 오랜 친구가 결혼을 했다.
워낙 급하게 한 결혼이라, 결혼에 대한 단상을 나눌 기회도 없었지만,
주변에 반응에 비해서 생각보다 별 느낌이 없었다.
더 이상 함께 싱글일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서운함이라든지
그 친구의 결혼식에 내가 꼭 있어야 한다는 그런 마음들.
17년 된 친구에게 응당 가져야 할 것 처럼 묘사되는
어디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그런 감정들이 내게는 없었다.
친구의 결혼식에 너무 무관심한 건 아닐까,
어느새 나는 너무나 개인화된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래도 결국 남의 결혼. 이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하필 자격증 시험날과 겹쳐,
하루종일 온 피로를 떠안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먼저 품었던 마음이 반영되었던 걸까.
식 시작시간을 착각하여
신부대기실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한 채 식장에 신부와 동시에 입장했다.
우아하고 예쁜, 그러나 그보다 더 눈에 띄게 결혼식 내내 좋아죽는 친구를 보며
아 이런 것이 그 여자들이 꿈꾼다는 결혼식이구나.
이런 느낌들.
그리고 나도 조금은 이런 평범한(?) 수순을 밟아가며
삶을 꾸리는 일이 진짜 행복일까 상상도 했다.
그러나 이내, 서로 길이 다른 거겠지 했다.
이미 결혼한 친구들의 너도 분발해야지. 서른 전에 해야지~ 하는 잔소리들에
내가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다.
아니 왜 이렇게 남의 결혼시기에 일해라 절해라인거지..
각자의 인생에서 과제는 다 다르고, 그 시기도 다르며, 그 과제라는 것들에 대한 중요도 또한
그 인생의 주인공에게만 선택권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남의 인생에 대해서 한마디를 보태는 것이다.
점점 그런 것들에 대한 인내심과 너그러움이 없어진다.
하지만, 이런 단상들을 품었음에도,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서로 맞잡은 두 손을 다시 한 번 꽉 쥐며
행복을 다짐하는
그녀를 보며 눈물이 흘렀다.
내게는 지금 그것이 올지 안올지 모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좋은 사람과 좋은 삶의 시작을 약속하는 일은 정말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녀의 시작에
정말 큰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