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와 영어 두 수업 사이의 짬에 또 알라딘을 방문하는 바람에 책 세권을 충동구매했고 그 중 김연수의 우리가 보낸 순간을 읽고 있다. 엄마에게 선물로 주려고 샀는데 내가 가지고 싶을 정도로 참 좋다. 내일은 삼대 모녀가 만나는 날!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서 빨리 다 읽어버리고 엄마에게 기쁜 마음으로 건네야지.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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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항구 도시 말라가에 간 적이 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서 택시를 탔는데, 오자마자 바가지를 썼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바가지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걸 택시 기사에게 전달할 수 없었다는 점이죠. 대학교 시절에 스페인어를 공부하지 않은게 천추의 한이었습니다만, 또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여기서 내가 화를 낸다면 저 사람에게 권력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래서 웃으면서 미터기를 가리켰습니다. 20유로를 줬는데 기사가 자진해서 내놓은 건 5유로였습니다. 돌아서 갔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이미 그 이상을 챙겼죠. 어쨌든 그렇게 해서 우린 둘 다 최소한 5유로씩 챙겼습니다. 아직 숨을 쉬고 있습니까? 물론이죠. 이런 식이긴 하지만 다행이죠. 잘됐습니다.
<우리가 보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