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대화가 끊긴 순간이 최근에 있었나요? 언제였나요? 대화를 하는 것이지 아니면 그냥 머릿속이 하얘졌나요?
A: 몇 번 겪어보면 알게 된다. 대화가 끊긴 순간을 무마하려 내뱉은 말들 중 상당 부분은 불필요한 내용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대화 중 침묵을 견디는 것도 대화의 일부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빈틈은 그 자체로는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없을 것이다. 그 대화의 공백에서 무언가를 깨닫거나, 다짐하거나, 다시 새기거나 또는 놓치면 안되는 소재를 다시 끌어오기도 하니까 '아, 맞다' 를 내뱉는 순간이다. 그러니 대화의 빈틈에는 익숙해져 보는 것이 좋다. 좋아하는 영화의 한 대사인 "인생에는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꿔가면서 살순 없어." 처럼.
최근 선배와 외곽 도시로 바람을 쐬러 갔을 때도 온갖 소재들을 끌어들여 대화를 나누다가도 빈틈이 생기곤 했다. 대화가 힘들어진 것도, 머리가 하얘진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빈틈을 통해 그 현재를, 눈 앞에 보이는 계절의 변화를 즐길 수 있었다.
빈틈이 왔기에,
순간순간 나 자신에게도 집중할 수 있었다.
산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