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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mayhem

by Olivia Ha 2017. 3. 27.


광장시장에 가기 위해서 종로 2가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시장을 목전에 두고 횡단보도 하나를 만났고 유난히 길었던 신호 대기시간 동안에 나눈 대화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횡단보도에 화살표가 있다는 걸.
스페인에서 온 친구는 화살표가 있는 방향에 맞춰 걸어야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나는, "아. 그렇네, 이 화살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라는 다소 창피한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대답을 끝내자마자 신호가 초록불로 바뀌었고 그야말로.. 내 대답을 증명하기라도 하는듯, 사람들은 중구난방으로 마구 섞여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어깨빵이라는 개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테지.

오늘 새로 배운 단어는 #mayhem 이었다. 사람들이 조금 더 생각을 하고 행동했으면 좋겠어 어떻게 해야 모두가 다 효율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본인만 가장 빠르게 하려고 해, 로 시작한 대화는 일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아시아 국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mayhem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한국말로는 아수라장이다. 비단 길거리상황 뿐만이 아니라, 엘레베이터나 쇼핑몰 문을 통과할 때도 mayhem은 쉽게 볼 수 있다. aussie 들도 하는 말인데, 한국사람들은 문을 안 잡아 준다고, 원래 앞 사람이 문을 잡아주면 그 뒷사람이 이어서 잡아주고 그렇게 꼬리를 물면서 다 쉽게 문을 통과하는건데 여기서 문을 잡아주다가 바통터치를 못해서 열 명이 넘는 사람을 그냥 보내기도 해봤다고..

우리는 예의바른 민족이라고 칭하지만, '존댓말'이 있는 것 외에 '행동'으로 보여주는 예의는 부족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인생에 대해서는 이래라 저래라 쉽게 이야기하지만 정말 다른 사람에 대해 respect를 품고, 그걸 보이는 방법에 대해 우리는 잘 알고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