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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당신이 나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by Olivia Ha 2016. 11. 3.





<김연수, 소설가의 일>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실해지는 선호가 하나 있는데, 
산다는 감각을 공유하고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좋다는 것.
데이트하면 흔히 떠올리는 근사한 레스토랑, 멋진 여행지 등등 일상과 먼 것들은 오히려 부모님과 함께하고 싶어진다.
오늘과 내일, 그 매일매일 예외없는 나의 일상과 너의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의 마음과 의식을 만들었을 그 촘촘한 구석을

어색함없이 나누는 것이야말로 연인과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라는 생각. 


어느 주말 오전, 나만을 위한 의식같은 정성스런 상차림에 쓰일 단정한 그릇을 '함께' 사러 가거나 

평소 너무나 좋아한 작가의 강연회에 함께 가고, 계절이 변하는 것을 눈과 귀와 코로 느끼는 나만의 힐링장소, 숲에 초대하는일.
마음이 허할 때마다 쌓아갔을 음악리스트와 남몰래 흠모한 당신의 그 무엇들에 나도 기대보는 일. 

말로 아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삶이라는 감각을 완전히 익혀볼 기회를 주는 사람들. 
누군가를 안다고 믿었다가 배반당하거나 나를 알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