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설에 갔다가 아이스크림 이야기가 나왔다.
'요즘 얼굴 보기 좋네'로 시작한 이야기가 오빠가 매일 먹는 아이스크림 이야기로 이어졌다.
어머니는 서경석이 아이스크림을 매일 한 통 먹느라 살이 많이 쪘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니가 오빠 못먹게 하라는 말씀을 가볍게 하셨고, 나도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였는데 갑자기 오빠 동생분과 오빠가 목청을 높이며, 그런 건 당사자에게 직접 말해야하는 거라며 정정을 요구했다.
만약 제 3자의 이야기로 들었으면 나도 발끈했을 에피소드일 수 있겠지만 내가 있는 상황에서, 어머님의 순수한 의도를 잘 알기 때문에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어머님도 화들짝 놀라셨지만 바로 정정해주셨고, 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시면서 조심해야지 하셨다. 결국 어떤 이야기도 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우리 할머니는, 이 에피소드를 들으시고는 요즘 사람들하고는 말도 못하겠다 하셨지만, 사실 이건 끊임없는 변화에 대해서 얼마나 수용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봐야할 것 같다. 정정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마음을 열고 이 변화를 느끼고 인지하느냐부터 시작하면 나도 곧 겪을 어린 세대와의 격차를 좀 덜 어렵게 감당하려나.
산다는 것은./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