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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매일

운전하며 들은 팟캐스트 이야기

by Olivia Ha 2021. 1. 15.

치과를 가는 길에 책읽아웃 팟캐스트를 들었다.
'아주 오래된 유죄' 의 저자이자 변호사인 김수정 변호사 이야기.

책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는, 첫 시작멘트가 정말 강렬했다. 지친 모습 없이, 공감과 연민의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피해자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해 작은 실수도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필요한 일을 하겠다는 김수정 변호사의 인터뷰가 내내 좋았다. 

성범죄 처벌법을 만드는 국회도, 수사기관도, 법원도 대부분 남성이 주도하고 있다. 일부 여성이 있다고 해도 남성들이 다져놓은 선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들은 ‘가장’인, 혹은 ‘가장이 되어야 할’ 남성들의 성범죄를 ‘일탈행위’로 치부하고 우대 조치한다. 불법 영상을 촬영한 남성들이 교사 및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유로 처벌이 감경(벌금형에 심지어 기소유예) 혹은 면제되는 것을 보라. ‘웰컴투비디오’ 사건에서 손정우에 대한 양형 참작 사유도, 결혼하여 부양할 가족이 생겼다는 점이었다. 법원이 성범죄자들의 취업을 금지한 직업군에 있는 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오히려 법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성범죄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의 가족 부양이, 가장이 되고 사회를 이끌어 나갈 남성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략) 가장의 책임이란, 가장이 되어야 할 성인 남자가 짊어진 책임이란 이렇게 무거운 것이어서 웬만한 성폭력은 성폭력이 아니고, 성폭력이라고 해도 가장 노릇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책임만 지운다. 

또 인터뷰 전반으로 강조했던 것이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어 긴싸움이지만 할 만 하다며 인터뷰 내내 그 공을 동료들과 나누는 것이었는데, 
새삼 함께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뭔가 진전하기보다는 제자리에서 계속 미끄러진다면, 주변을 향해 충분히 손 내밀어 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작년이었다.
협업이라는 것이, 부탁을 한다는 것이  꼭 부담을 주고 폐를 끼치는 일이 아니라, 같은 뜻을 품고 함께할 수 있을 사람들을 알아보는 일이기에.


이어 들은, <엄마,나는 자라고 있어요> 에서 애가 시야도 흐린채로 마치 다른 행성에 온 직후의 그 혼란스러움 때문에 그렇게 울어제끼는 늬앙스의 내용이 있다는데, 이걸 듣고 순간, 그래 어떤 난제도 프레임을 달리하면 극복해나갈 구멍이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막막할 때는 비틀어보자. 손을 내밀어보자. 단순히 '방법'을 몰라서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