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무비에서 시사회가 당첨되어서 보러 갔다 온 영화.
알바를 마치고 홍대로 가서 고객의 소리에 적었던 것이 당첨되어 파스타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스패뉴에 들러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크레마 디 감바레띠와 해산물 샐러드 그리고 버니니도 먹었다. 최상의 궁합이지만, 나는 가기 전부터 고은이의 걱정과 졸업식을 간다는 말에 심기가 불편해 한껏 울고 잔 지난 밤의 여파를 쫒아내지 못해 심드렁해 있었다.
영화를 보는 도중 손바닥에 미안해를 적는다. 나는 뭐가? 라고 반문했고 그는 이렇게 썼다.
"지금까지 다" 그 다섯글자 때문에 또 나는 눈물을 쏟는다. 왜 8개월동안 나는 그 말을 숱하게도 들어야했고 왜 우리 관계는 미안하다는 말을 주고 받아야 하며, 나는 용서와 이해라는 큰 숙제같은 것을 늘 떠안고 사는 듯한 기분을 가져야 하는지. 왜 너는 8개월동안 잘한 것이 많아서 떳떳하지 못하고 , 그저 미안하다는 소리만 반복하고 있는건지, 서글픈 생각에 눈물이 주룩주룩 내렸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그 사람이 그런다.
아 현주야. 나는 니가 너무 좋아. 어떡하지?그냥 니가 이런데 데려와 주는 것도 너무 좋고. 너랑 이렇게 딱 붙어서걸어다니는 것도 좋고..
너무나 로맨틱한 말이지만 나는 웃지도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는다.
진심일텐데.. 하면서도 전혀 그 마음의 깊이를 알고 싶지 않다는 듯한 느낌도 든다고나 할까.
그냥 쉽게 믿으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든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냥 터벅터벅 길만 걸었다.
서로 이야기 한다.
내가 가장 두려운 건 말이지. 여전히 당신의 진심은 헤아리지 못한채 오해한 채로 그렇게 우리의 일년이 허망하게 끝날까봐. 나는 더이상 어떤 정황이나 변명을 들을 여유가 남아있지 않아서 오직 마지막 한 번의 기회만을 줄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그냥 그렇게 끝날까봐.
당신이 두려운 건. 이러다가 내가 지쳐서 자기를 놔버릴까봐. 이젠 내가 자길 더 쉽게 잊을 것만 같아. 그게 너무 싫고 두렵다는 거.
이 모든 것. 괜찮을까